ai-hub을 보내며...

ai-hub을 보내며...

ai-hub.kr (2019.08.16 ~ 2022.04.30)

ai-hub.kr 은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첫 블로그이자 나를 위해 만든 첫 서비스이다. 대학교 3학년인 2019년 여름방학 기간 동안 개발을 했으며 2019년 8월 16일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3년 간 알차게 써온 내 블로그를 여러 이유들로 서비스 종료를 하려 한다.

ai-hub.kr

지우기 전 마지막 ai-hub.kr

대학교 3학년 당시 개발자라면 블로그는 직접 만들어써야지라는 생각이 있었고 마침 웹개발자로서 일하던 곳을 퇴사하게 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목표는 거창했다.

velog를 표방하여 ai기술들을 모두가 자유롭게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다. 분명 잘만 만들었으면 사회의 니즈는 충분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ai만을 위한 커뮤니티가 페북 이외에는 활성화된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목표로, 크게 4가지 섹션을 구성했다. 논문 리뷰나 강의 리뷰를 기록하는 REVIEW, 개발이나 AI를 할 때에 있어서의 알찬 정보들을 기록하는 INFO, stackoverflow처럼 서로 자유롭게 질의응답할 수 있는 QnA, 마지막으로 TIL이나 스스로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는 Diary 이다.

또한, 개인 블로그가 아니었기에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페이지도 만들고 서로 댓글도 달 수 있는 기능들을 개발하였다. 나름 커뮤니티로서 필요한 부분들을 채우려고 노력하였다. 다만 디자이너의 부재, 개발자의 태업(아무래도 본업은 머신러닝이긴 했으니까...) 등으로 인해 변변찮은 홍보 한 번 못해보고 내 개인 블로그로 방향을 변경했다.

개인 블로그로서는 충분히 제 몫을 다 했다. 3년 간 200개가 넘는 포스팅을 했고 개발이나 머신러닝 관련 글이나 TIL 같은 것들을 꾸준히 적었다. 보통 회사를 안 다니고 있을 때 많이 적었는데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다 보면 몸이 힘들어서 거의 포스팅을 못했다.

ai-hub.kr 서비스 운영하면서 느낀 것들...

뿌듯함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든 프로덕션을 제외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개발한 첫 서비스이다. 토이 프로젝트 수준은 그 전에도 몇 개 있었지만 사용자는 없었고 쓸 수도 없었다. 나름 포스트 작성자가 5명 정도 되고 배포도 하고 로드밸런싱도 하고 도메인도 샀다.

엄청 재밌고 엄청 뿌듯했다. 회사에서 한 건 나 혼자 한 게 아니었고 다른 개발자들의 공이 컸다. ai-hub.kr은 나 혼자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배포까지 다 한 서비스라는 것에 애정이 많이 갔고 스스로도 성장했음을 많이 느꼈다.

능력 부족, 시간 부족

다만 여러 애로사항들도 많았다. 과가 과인지라 주변 동기들이 취약점 20개씩 찾아서 내 블로그를 털어주었다. 어느 날 블로그 들어가보니 로고가 CyKor 로고로 바뀌어 있고 내 이름으로 써진 이상한 글들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스스로 사용하면서 불편한 것들이 조금씩 생겼다. 그런 것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계속 개선해나갔더라면 다른 사용자들도 더 생겼을 것 같은데 바쁘단 핑계로 개발을 많이 하지 못했다. 발전하지 않는 서비스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포스팅

아무도 안 보고 나 혼자만의 블로그라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포스팅은 열심히 정성들여서 했다. 포스팅을 하면서 스스로 정리도 많이 됐고 공부도 많이 했다. 확실히 나는 ai-hub.kr 서비스를 잘 활용한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됐고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서비스 종료 이유

사용자는 없어도 개인 블로그로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종료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꽤 많다.

코르카를 다니면서 포스팅 업로드 주기가 급감했다.

코르카를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계속 상단에 노출됐다.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맘놓고 아무 글이나 막 작성하던 공간이었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특히 코르카의 클라이언트나 투자사처럼 민감한 사이인 분들도 하나 둘 보시기에 코르카에 민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회 수가 4자리를 찍었다. 도대체 누가 이 글을 본걸까...


코르카에 새로 들어오시는 신입 분들도 내 블로그 한 번씩은 보고 들어왔다고 한다... 진짜 소름돋았다.

3. 앞으로도 서비스 개선은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일들로 너무 바빴고 내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렸다.

이런 이유들로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다. 보는 사람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던 공간에 많이들 관심가져주고 읽어주신 것이 정말 행복하고 뿌듯했다. 보고 무슨 생각들 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블로그에 손님이 많이 생긴 것만으로 너무 만족이다. 3년 동안 중간중간 방치도 많이 했다. (서비스 개선 방면으로나 포스팅 방면으로나)  그래도 그 기간 동안 AWS EC2, RDS에 묵묵히 떠 있었던 ai-hub 고생했다. (덕분에 내 돈도 많이 깨졌다^^)

2022.04.30 부로 아래처럼 서비스 종료를 했다.

미련 남아서 잠깐 켰다가 다시 끔...
슬프다ㅏㅏㅏ

종료 과정

나름 백업도 다 하고 안전하게 하나하나씩 확인하고 끄느라고 2-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EC2, RDS 다 지우고 데이터는 내 로컬에 안전히 남아있다.

도메인은 2023년까진데 흠 혹시 사줄 사람이 있을까...? 이 도메인 맨 처음 추천해준 친구가 과 동기였는데 그 때 aihub.or.kr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ai-hub으로 결정했다. 그 때는 aihub 아무도 모를 때였는데 좀만 빠르게 먹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살짝 든다.

yesnic입니다. 혹시 살 사람 있으면 연락주세요!

종료하면서 내 옛날 코드들도 구경했다. 정말 충격적인 코드가 아닐 수 없다. 3년 전의 이태호가 코르카를 지원했다면 0.1초 컷이다.

패스워드는 절대절대 코드에 직접 적지 않도록 합니다!!!

마무리

989일 동안 열심히 일해준 ai-hub.kr 고생했다. 데이터는 다 있고 로컬에서는 언제든 다시 서비스를 띄울 수 있으니 심심할 때 가끔씩 방문해야겠다. 나중에 코르카 끝나면 개인 프로젝트로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 제대로 다시 만들어봐야지. 나 혼자 쓰는 서비스는 확실히 공허한 면이 조금 있다.

앞으로 3년 간은 ghost로 열심히 블로그 포스팅해보자!!!